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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로 돌아온 괴물, TEN 시즌 2
위근우 ize 취재팀장 | 승인 2013.05.16 18:01

   
 
“선배님, 1년 전에 죄송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특수사건전담반 TEN>(이하 <TEN>) 두 번째 시즌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 ‘중독자 part2’에서 TEN 팀의 리더 여지훈은 어렵게, 하지만 토해내듯 백도식에게 말했다. 연쇄살인범 F에 대한 개인적 복수심에 불타 팀원 모두를 속이고, 심지어 백도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법을 넘어서는 심판을 가하려 했던 그가 아마 1년 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말일 것이다. 이것은 다시 최고의 수사팀 TEN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일까.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시즌 1부터 줄곧 얘기된 것이지만, 장르물이 척박한 한국 방송 시장에서, 다양한 복선과 트릭이 잘 맞물린 플롯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TEN> 시리즈의 성과는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여지훈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다시 그 모든 것이 여지훈의 속임수였다는 게 드러났던 에피소드 1, 2부터 도박 중독에 시달리다 자살한 아내를 위한 다층적 복수를 계획한 범인의 이야기를 그린 최근 에피소드까지 새 시즌에서도 여전히 <TEN>은 높은 밀도의 플롯을 보여준다. 요컨대, 원래 잘하던 것을 여전히 잘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기 조금 어려워졌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였던 ‘언더스탠드 part2’에서 F인줄 알았던 송경태가 사실은 F의 피해자였다는 걸 깨달은 남예리의 독백이나, 여지훈의 스승이었던 강윤구 교수가 자살로서 속죄하고 힌트를 뿌려 제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던 ‘마지막 수업’의 전체 설정 등 <TEN> 시즌 2의 대사 혹은 행동은 종종 과잉된 정서를 드러낸다. ‘중독자 part 1, 2’에서 복수하려던 대상의 가족이 마치 죽은 것처럼 위장해 절망을 안긴 뒤 사실은 마취제를 주사했다는 걸 밝힌 범인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시즌 1 역시 결코 경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시즌 2는 어떤 메시지와 정서를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과도하게 드러나 수사 장르에 필요한 속도감과 흡입력을 떨어뜨리는 순간이 눈에 자주 띈다.

   
 
그럼에도 <TEN>이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이라면, 이런 정서 과잉을 상쇄할 다른 무기들을 선보였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저 과하다고만 여겨지던 대사와 행동들이 차례로 배치되고 맞물리며 과거와는 다른 TEN 팀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서두에 인용한 여지훈의 대사다. ‘괴물 잡는 괴물’로 불리며 오직 범인 검거와 F에 대한 복수에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던 그에게 TEN 팀은 말하자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일 뿐이다. 심지어 F에 대한 복수를 위해 팀원들을 속이고 더 나아가서는 이용하려고 했다. 그토록 많은 사건을 함께 해결했음에도 시즌 막판까지 각 멤버들끼리 쌓아가는 서사가 비교적 적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시즌 2의 여지훈은 자신의 행동 때문에 TEN을 떠났던 백도식에게 사과를 한다.

앞서 과해서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던 장면들이 속죄의 모티브인 건 그래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여지훈의 손에 죽어 죄를 씻으려 하는 송경태에 대한 남예리의 연민 가득한 독백과, 법이 지킬 대상과 아닌 대상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오만함에 스스로 벌을 내린 강교수의 가르침은 조금씩 누적되며 여지훈을 변화시켰고, 비로소 백도식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할 수 있었다. 여지훈의 심경적 변화는 사과 다음 대사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하는 걸 지켜보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건 없습니다. (중략) 그 비극만은 막아주십시오.” 애인을 잃었던 고통을 개인적 차원의 복수심으로 치환했던 ‘괴물’은 그렇게 자신의 고통으로 남의 고통을 가늠하고 공감하는 인간의 얼굴을 가지게 됐다. 하여 다시 합류한 백도식까지 TEN은 과거 멤버 그대로 모였지만, 그것이 과거로의 회귀를, 시즌 1의 반복을 뜻하진 않는다. 이것은 변화일까, 발전일까. 아직 알 수 없지만 징벌로서의 법이 아닌 보호로서의 법을 선택한 그들이 전보단 좀 더 어려운 길을 걸을 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때론, 쉽지 않은 길을 걷는단 것만으로도 응원해주고 싶은 선택이 있다.

위근우 ize 취재팀장  guevara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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