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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로 뭉친 남성 채널 FX
위근우 ize 취재팀장 | 승인 2013.06.24 10:16
   
▲ FX 채널의 독점 콘텐츠 WWE 프로레슬링

좋아서 보는 거야, 좋아서 보는 거야, 좋아서 보는 거야.
아니 배수빈 씨 이게 무슨 소리요. 남자는 시야각이 좁아 여자의 몸을 얼굴, 가슴, 배로 나누어 본다는 설명을 한 뒤 드라마 <동이>에서 차천수(배수빈)가 동이(한효주)를 향해 “좋아서 보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이어붙인 FX 채널의 티저 광고를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정말 남자가 여자의 몸을 훑어보는 것이 시야각이 좁아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과학적 근거가 아니다. 우리는 잘못 없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말하며 예상치 못한 편집과 웃음으로 ‘아니면 말고, 뭐’라 퉁치는 그 당당함 혹은 뻔뻔함이야말로 이 티저 광고의 핵심이자 FX 채널을 규정하는 성격이다.

스스로 남자를 위한 채널이라 말하는 FX의 모토가 특별한 건 아니다.
온스타일과 패션N, 최근의 MBC QUEEN 등 여성 시청자를 위한 타깃형 채널은 케이블 채널의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등장했으며, 남성 채널이라는 캐릭터라이징 역시 CJ 계열의 XTM 채널이 공유하고 있다. 사실 자체 제작의 비율만으로 따지면 FX는 XTM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XTM의 경우 자동차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탑기어 코리아>와 아웃도어 마니아를 위한 <아드레날린>, 남성 패션 스타일 쇼 <HOMME 4.0> 등으로 남성 채널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는 동시에 지난해부터 프로야구 중계까지 더해 스포츠부터 취미, 패션을 아우르는, 말하자면 방송으로 구현된 <GQ>에 가까워졌다.

   
▲ 최근 방송 화보 개념으로 보여주고 있는 FX GIRL 이은혜
그에 반해 FX 채널은 놀랍게도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없다. 물론 독점 콘텐츠는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유일하게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의 양대 브랜드 <RAW>와 <SMACKDOWN>을 중계하며, <일본 섹시 스포츠 중계>와 <세계 정력맨 챔피언십> 역시 FX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일본 섹시 스포츠 중계>나 <걸스 바디 어택>, <FX 섹시 광고>처럼 노골적으로 성을 상품화한 콘텐츠들에서 알 수 있듯, 이 채널의 정체성은 <GQ>보단 방송으로 구현된 <MAXIM>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FX 채널이 타깃형 채널로서 보여주는 흥미로움은, 어떤 콘텐츠를 골라서 보여주는지에 대한 것보다 그 콘텐츠들을 어떻게 포장해서 보여주는가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앞서 말한 <세계 정력맨 챔피언십>은 사실 성적 의미의 정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순수한 근력 대결인 <World Strongest Man Championship>을 수입해 다분히 자의적인 제목을 붙인 경우다. 심령 미스터리 장르에 가까운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경우 가장 섹슈얼한 장면만을 편집해 광고 영상을 만든 뒤 <아메리칸 섹스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방영한다. 모바일 방송 손바닥 TV의 인기 콘텐츠이자 코믹한 요소가 강했던 원자현의 <착한 요가>를 역시 섹슈얼한 느낌으로 포장한 뒤 본방을 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시청자를 낚는 것 역시 이 채널의 특기다.

이것을 선정적이라고, 거짓말이라고,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오히려 이러한 뻔뻔함은 채널 자체의 성격이 되어 이들 콘텐츠에 새로운 색채를 부여한다. 사실 콘텐츠의 의미란 어떤 의도로서 만들어졌느냐보다는 소비자가 어떤 맥락으로 받아들이는지로 결정된다. 영화 <장군의 아들>을 보여주더라도 ‘진짜 남자의 영화’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FX 채널의 일관되고 당당한 태도에 익숙해지면 FX가 어떤 콘텐츠를 골라서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것 자체가 남자들 특유의 실없고 의미 없지만 얼마든지 낄낄댈 수 있는 농담이 된다.

비록 CJ 계열 채널을 중심으로 케이블 자체 제작의 비율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지만 여전히 비슷한 수입 및 공중파 콘텐츠를 중복해 방영하는 케이블 환경에서 이러한 채널 성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무기다.

사극인 <동이>조차 남자들의 히로인 한효주를 부각해 남자 콘텐츠라고 우길 수 있는 그러한 패기. 때로는 팩트와 논리의 설득보다 이러한 패기가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

위근우 ize 취재팀장  guevara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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