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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뺀 섬세한 관찰의 힘 <꽃보다 할배>
위근우 ize 취재팀장 | 승인 2013.07.19 14:08

   
 
첫 회 시청률 3.8퍼센트, 2회 시청률 4.4퍼센트.

케이블 콘텐츠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이 수치는 tvN <꽃보다 할배>가 세운 기록이다. 시청률 20퍼센트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공중파의 경계를 무너뜨린 Mnet <슈퍼스타 K> 같은 프로그램조차 시즌을 거듭하며 고정 시청자를 확보할 시간이 필요했단 걸 떠올리면 <꽃보다 할배>의 초반 성과는 굉장하다.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며 스타 PD로 떠오른 나영석 PD의 인지도 덕분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일섭다방’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어 모은 적절한 프로모션 전략 때문인지도 모른다. tvN이라는 브랜드 채널의 힘 역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처음 프로그램을 봤던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TV 앞에 앉히고 입소문을 통해 일주일 만에 눈에 띄게 시청률을 높인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와 경쟁력일 것이다.

평균연령 70대 중반의 고령 배우들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기획이 발표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항상 방송에서 근엄한 어르신으로만 비춰지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의외성이 여행 속에서 드러난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리얼 버라이어티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효도관광을 방송으로 보는 수준이 될 위험 역시 존재했다. 구성원이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몇 십 년 동안 배우 외길로 살아온 이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가이드 역할로 동행한 이서진을 제외한 고령 배우 4인방의 친분과 서로에 대한 존중은 그래서 중요하다. 요컨대 그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동료인 동시에 어르신이라는 포지션으로부터 서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된다. 말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신구의 사전 인터뷰에서는 수학여행을 앞둔 십대 같은 설렘이 느껴진다.

억지로 캐릭터를 잡기보다는 출연자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린 뒤 편집을 통해 집약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나영석 PD의 장기는 여기서 빛난다. ‘1박 2일’ 시절에도 그는 하나의 설계도를 완성한 뒤 그 안에 출연자를 밀어 넣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타입의 연출자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대략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출연자들이 가장 공감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며 그 안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타입에 가깝다. 과거 울릉도 단풍놀이가 태풍으로 취소되자 회의를 열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게 한 뒤 강호동 대 이만기 씨름대결이라는 대박 아이템을 만들어냈던 사례는 나영석 PD의 스타일과 강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tvN 택시에 출연 중인 꽃보다 할배들
<꽃보다 할배> 역시 마찬가지다. ‘1박 2일’의 멤버들이 매주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몇 년의 시간을 통해 친한 형 동생이 되었다면 <꽃보다 할배> 멤버들은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해 알아왔다. 그들 사이 이기에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대화와 상황들을 카메라는 먼발치서 조용히 쫓을 뿐 특별한 미션을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의 관광 스케줄을 짜는 건 맏형 이순재의 몫 혹은 권한이다. 그 스케줄 안에서 이순재는 과하리만치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다리가 아픈 막내 백일섭은 툴툴거리고, 둘째 신구와 셋째 박근형은 그 사이에서 절충을 꾀한다. 여기서 <꽃보다 할배>는 이 구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인위적인 개입을 하기보다는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디테일을 찾아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가령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하는 모습을 잡아낸 뒤 퀸의 ‘Flash’를 배경음악으로 깔면서 그의 질주본능을 강조한다. 이것은 침소봉대가 아닌 섬세한 관찰의 힘이다.

<꽃보다 할배>는 그래서 재밌는 동시에 잘 만든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출연자들의 참여라는 변수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되지만, 그 소스를 최대한 모으고 적재적소에 배치한 뒤 억지스럽지 않은 서사로 풀어내는 건 철저히 제작진의 역량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다수의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예능이 만들어진다. 실로, 오랜만이다.
 

위근우 ize 취재팀장  guevara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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