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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고 싶은 댄스 계몽프로젝트 <댄싱 9>
위근우 ize 취재팀장 | 승인 2013.08.16 16:02

   
 
만약 우승팀의 멤버가 될 수 있다면 한선천은 부모님에게 받은 모든 것들을 보답할 수 있을까. 이인수와 류진욱 콤비는 대관비를 걱정하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남진현은 마샬아츠와 춤이 결합된 자신의 퍼포먼스를 영화나 가수의 안무에 결합시켜 전파할 수 있을까.
Mnet <댄싱9>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슈퍼스타 K>를 시즌 3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용범 CP의 연출작이자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 때문에 종종 댄스 버전 <슈퍼스타 K>라고 불리지만 <댄싱9>이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는 전혀 다르다. <슈퍼스타 K>의 우승자라면 상금 3억으로 어느 정도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는 동시에 제작비 2억으로 좋은 음반을 만들고 방송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슈퍼스타가 되는 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렸지만 어쨌든 그들은 스타 시스템 안에 편입되어 성공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댄싱9>의 출연자는 전혀 다르다. 탁월한 K-Pop 커버댄스를 보여준 십대 소녀 김례은이 언젠가 대형 기획사 소속이 되어 아이돌로 데뷔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직 춤만 추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는 이들이 스타가 되어 관객을 모으기에, 한국의 댄스 관련 시장은 턱없이 빈약하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자 현대무용의 전설이던 이용우조차 뮤지컬과 연기가 아니었다면 대중에게 지금만큼 알려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모든 종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좋은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애쓰지만 유독 <댄싱9>이 디테일에 신경 쓰는 건 그 때문이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박지우의 소름을 돋게 했던 남진현과 이루다의 커플 무대를 보자. 그들의 동선을 최대한 넓게 보여주던 카메라는 이루다가 춤이 끝나고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손동작을 하자 그의 손끝을 따라 클로즈업을 한다. 다시 말해 브라운관을 보고 있는 시청자에게 최대한 현장감, 즉 무대를 직접 보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피사체의 정지된 동작을 한 바퀴 돌며 확인하는 소위 ‘매트릭스 효과’라 불리는 타임 슬라이스 기법 역시 심사위원의 설명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된다.
물론 누가 더 잘했는지 따져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누가 왜 남고 왜 떨어졌는지 시청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누가 봐도 압도적인 실력 차가 나는 경우에도 카메라는 두 팀 모두의 디테일을 잡아내려 애쓴다. 춤이란, 이처럼 멋있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웅변하듯.

   
▲ 엠넷 <댄싱9>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커플 '이루다-남진현' 커플
<댄싱9>을 보며 가장 크게 깨진 건, 아마도 현대 무용이나 발레, 한국 무용 등이 지루하다는 편견일 것이다. 비보이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댄스나 방송에서 자주 보던 K-Pop 댄스에 비해 이들 춤은 역동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선태의 몸이 만들어내는 탄력과 선, 아크로바틱은 음문석의 크럼핑과는 또 다른 의미로 남성적이었고, 트랜스젠더 참가자 최한빛의 한국 무용은 또 방송을 타고 이슈 메이킹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잠재울 정도로 절절한 감정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저 아이돌 가수의 섹시함을 어필하는 정도로만 여겨졌던 K-Pop 댄스가 사실 음악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퍼포먼스라는 것, 스트리트 댄스 안에 팝핀, 왁킹, 하우스 등 정말로 다양한 장르가 있다는 걸 무대를 통해 설명한 것도 <댄싱9>의 성과다.

그래서 <댄싱9>은 거칠게 말해 댄스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일종의 계몽 프로젝트다. <슈퍼스타 K>라면 노래만 잘 부르면 되지만, <댄싱9>은 이게 왜 잘 춘 춤인지에 대해서까지 알려줘야 한다. 제대로 된 인프라가 없는 시장에서 스타를 만들고, 또 그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한 과정이란 이런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던 시청자들이 춤이란 것에 매력을 느껴 인디 밴드의 공연을 보러 클럽을 가듯 현대 무용 공연을 보러 가고, 그들의 창작 능력을 아이돌의 안무나 음악 프로그램의 퍼포먼스 같은 상업적 활동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것, 적어도 춤을 정말 잘 춘다고 인정받으면 그 안에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댄싱9>이 지금 지향하고 있는 미래다.
과연 이 프로그램의 꿈은 한 여름 밤의 예쁜 꿈 정도로 끝날까, 새로운 블루오션으로까지 개척될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응원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났다.

위근우 ize 취재팀장  guevara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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